안양 평촌신도시 '녹물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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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3.03.13.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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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시스】이승호 기자 =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 범계동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43)씨는 지난달 설연휴기간 고향에 갔다가 3일 만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집 화장실 수도꼭지를 돌리는 순간 붉은색 녹물이 뿜어져 나왔다.

화장실과 주방, 다용도실 등 수도 밸브를 모두 열고 10여 분동안 물을 흘려 보낸 뒤에야 녹물은 그쳤다.

4~5년 전부터 가끔 녹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때는 1년에 2~3차례 배관 교체공사를 하거나 공용 저수조를 청소한 뒤였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촌신도시에 사는 선모(65·여)씨도 1월초 딸의 명품 옷을 세탁기에 넣었다가 낭패를 봤다. 세탁을 마친 빨랫감이 하나같이 녹물에 배어 더는 입을 수 없게 됐다. 배관교체 공사로 녹물이 나올 수 있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이 있었지만, 외출했다 돌아왔던 터라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1기 신도시인 안양 평촌의 아파트마다 수도관에서 나오는 녹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4년 이전에 지어져 현재는 공용배관으로 사용이 금지된 아연도 강관을 쓰고 있는 평촌신도시내 아파트만 862동 6만여 세대. 이곳은 아연도 강관이 낡아 녹이 슬면서 가정마다 녹물이 넘쳐나고 있다.

먹는 물은 물론 이 닦는 물조차 정수기에 받아 사용할 정도다. 밤새 물을 사용하지 않다가 아침에 물을 틀면 어김없이 녹물이 쏟아진다.

평촌신도시 내 평안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공용배관 부식으로 물이 새자, 임시방편으로 일부 구간만 교체했다. 교체 공사를 마친 뒤 기존에 사용했던 배관을 잘라 단면을 확인한 주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배관은 지름 8㎝에 두께 0.5㎝ 정도였지만, 안쪽에 쌓인 녹은 배관 두께의 2배나 됐다.


주민들은 이 낡은 배관 전체를 교체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배관 교체 비용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물이 새는 구간만 개·보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체 650세대가 넘는 주민이 사는 이 아파트는 수도배관과 소방배관, 오수배관, 난방배관 등 4개를 모두 교체하는데 2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시설 개·보수에 쓸 수 있는 이 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담금은 2억~3억원 수준. 이 돈은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미관 공사 등에도 써야해 배관 모두를 교체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평촌신도시 내 대부분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배관 교체비용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일부 구간만 개·보수하거나 약품을 넣어 배관을 세척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주민 김모(78)씨는 "평촌신도시 아파트 전체가 녹물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법률에 따라 1년에 2차례씩 하는 수질 검사도 각 가정에서 나오는 물이 아닌 저수조 상태만을 분석해 이런 실정은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용진(민·안양5) 도의원은 "문제 해결은 배관 전면 교체 뿐"이라며 "지역개발기금 등을 이용해 각 아파트 단지에 지원하면 지방정부나 주민들이 큰 부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jayoo2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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